꽤 묵직한 두께감의 일본 소설책, 오랜만이다.
제목이 왜 버터인지, 책을 집어 들면서도 잠시도 궁금해 하지 않았는데
책을 읽는 내내 버터와 관련된 묘사들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어
제목으로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.
첫 장면부터 아마, 주인공인 리카가
친구 레이코네 집을 방문하면서 1인 1개 한정으로 구매해야 하는 버터 부족 사태에
버터 대신 마가린을 사서 가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.
거기서 부터 시작해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
주인공 리카가 살인사건 용의자 가지이를 인터뷰하면서
조금씩 휩쓸려 들어가는 그 모습과
여성이란 남성에게 무엇인가
여성스러움, 요리하는 여성 등
고지식한 주제에 대해서 버터가 팬에 녹아들듯
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 딱 선을 그을 수는 없는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.
가지이 미나코의 독특한 사상과
어딘지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
절묘하게 어우러져 사실 뭐가뭔지 정답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
마지막 장면에 모두를 위해 몇일에 걸쳐 수고스럽게
그러나 즐겁게 칠면조 요리를 해내는, 그리고 거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
리카만의 레시피를 그려내면서 마무리짓는 것이
독특한 엔딩이라 책장을 덮으면서도
계속 궁금증이 몽글몽글하다.
그래서 정말 가지이 미나코는 남자들을 죽였을까?
옥중에서 결혼을 한다니 대체 그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? 너무 궁금하다.
소설이기 때문에 전혀 사실이 아닐 테지만
작가의 상상력 덕분에 차가운 일본의 지역부터
세밀하게 묘사해 내는 여러가지 요리의 맛
요리를 하는 수고로움과 그 즐거움
체형의 변화, 주변 사람들의 시선의 변화
그것보다 나를 위한 요리, 내가 해내고 내가 만드는 레시피와 요리들의 그 섬세한 챙김이
읽는 과정에서 나한테도 녹아드는 느낌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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