친구에게 추천받은 책, 이틀만에 읽어내릴 정도로 꽤 재밌었다:)
우리나라에서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굉장히 압박적이고, 의무감에 시달리기 마련인데
저자의 '프랑스에서 이탈리아어를 배운 경험담'은
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이어서 굉장히 재밌었다.
나도 마치 주인공과 함께 프랑스의 문화원에서 이탈리아어 수업을 들었던 것만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
세세한 현장 묘사와 살아숨쉬는 (같은 수업을 듣는)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했다.
요즘 번아웃 시기를 겪으면서 '세상이 멈춘 것 같은 그 순간에도 삶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' 라는 말이
뼈저리게 와닿았던 한 문장
내 삶이 다시 흘러가는 느낌을 되찾기 위해 나도 무언가 배워야하나 드릉드릉
주인공은 한국인 답게, 아무런 의무도 없이 배우는 취미형 '이탈리아어'를 굉장히 전투적으로 공부하는데
그에 반에 여유롭고, 모르면 모른다, 나 때문에 수업이 지연되든 말든 신경쓰지 않고
초보반의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리는 프랑스 사람들을 보면서
전전긍긍했던 얼마전의 우울한 나날들을 떠올려봤다.
그야말로 '봄날의 아침 햇살 아래에서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을 일들'이었다.
이탈리아어도 그렇고, 내가 잠시 배워봤던 스페인어도 그렇고
주어를 생략할 수 있게 같은 동사를 주어에 따른 동사변형을 두는 것이
정말 미치도록 어렵게 느껴졌고, 역시 지금 봐도 '아... 난 이건 좀 안될 것 같아' 라고 생각하게 되는데
같은 동사를 여섯가지?로 주어에 따라 변형하고
거기에서 시제변화까지 더해져
정말.... 주인공처럼 열심히 외운다고 외워지나 이게...? 끊임없이 틀릴 것 같은데...
사실 제대로 배워보지도 시작해본적도 없으면서 이 벽이 되게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다.
나도 새로운 언어를 배울때 무작정 서점에서 책을 사는 것으로 그 '시작'을 끊는 편인데
이 부분을 읽고 나도 '옛날 사람이 다 되었구나'싶었다.
이제는 유투브와 팟캐스트로, 어쩌면 더 손쉽게 언어를 배울 수 있을지도!
중국어 공부를 학원에서만 하고 혼자 전혀 하고 있지 않은데,
중국어 공부에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.
공부를 하다보면 그랬던 것 같다.
하루가 너무너무 많은 시간으로 이루어진 느낌
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단어장을 넘기고,
지하철에서 문제집을 풀고,
걸어가면서 MP3로 영어듣기를 하던 학창시절에는
모든 시간이 공부할 수 있는 '유효한 시간'이었는데
지금의 나는 아침 출근 - 점심 - 오후회의 - 퇴근 - 저녁먹고 - 게임조금 - 잠
굉장히 단조롭게 시간을 뭉탱이로 쓰고 있지 않았던가!
틈새 시간을 의미있게 써 본지가 언제였던가
시험공부라는 것을 전혀 할 필요가 없어지면서부터 였지 않았을까?
나의 하루에도 사실 빈틈이 아주 많겠지
그 빈틈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조금 더 열심히 살아볼 수 있을까?
그러기엔 의미없이 시간을 채우는 회사를 탈출해야 할 것만 같다..
언어를 공부하다보면 그런 날이 있지,
어느 새 쑥-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날
안 들리던 대화가 쑥-하고 들리고 이해되는 그런 날
그런 재미로 한다, 언어공부
목적지를 정해놓은 것도 아닌 일에
남들보다 빠르다는 사실은 아무 의미도 못된다.
나는 나의 하루를 다지면서
남들과 비교하지 않으면서
차곡차곡 시간을 쌓아가는
그런 생활.... 다시 할 수 있겠지....?
저자가 일주일간 볼로냐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어학원을 다닐때
직장인으로써 그 황금같은 휴가를 그렇게(?) 사용할 수도 있구나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.
그녀의 이탈리아어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너무 멋있었다.
내 앞의 선택지는 길고 다양하게 이어질 수 있으며 삶은 얼마든지 다르게 펼쳐질 수 있는 것
나도 중국어학원을 다니고 있고, 그 안에서는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.
해외에서 외국어를 배워본적은 없지만
그로 인해 얼마만큼의 세상이 넓어질지 상상이 안된다.
내 삶도 사실은
회사생활도 여의치 않고
힘들고 피곤하기만 하다보니
내 삶이 얼마든지 다르게 펼쳐질 수 있다.....는 말이
알듯말듯 오묘하게 느껴진다.
나는 좁아지고 있는 건 아닐까?
점점 메말라가고... (살찌는 것과 별개로 나의 마음이...)
언젠가부터 이런 초롱초롱함을 많이 잃어버렸다.
어느 새 사회생활에 찌들어 버렸다.
내 안의 내가 자유롭게 밖으로 나와 살아 숨쉬는 기분....
느껴보려면 지금의 나는 어떤 걸 포기하고, 어떤 걸 바꿔야 하는걸까?
어쩌면 잘못된 걸 포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?
회사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내밀하고 친밀한 관계를 포기하고
표면적이고 이질적인 관계로 하루의 대부분을 채우다가
집에 돌아가야 남편을 만나 힐링하는 요즘의 삶이
나에게 이롭지는 않은 것 같은데
어떻게 이 길이 끝이 나고,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을지
막막하기만 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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